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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이야기

자일리톨 껌, 충치 예방 가능한가!

by Blue Bloods 2021. 7. 31.

"자일리톨 껌이 정말로 충치 예방 효과가 있나요?"라는 질문을 많이들 하십니다.  결론부터 말씀을 드리면 이론적으로는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다지 효과가 없습니다. 자일리톨은 자작나무에서 추출한 단맛이 나는 감미료입니다. 2차 세계대전 때 설탕이 귀해져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충치균은 당분을 먹고 젖산이라고 하는 똥을 싸요.  이 젖산 때문에 치아 표면이 부식되면서 충치가 생기는 거거든요. 그런데 자일리톨은 당분이기는 한데 설탕이랑은 구조가 좀 달라서 충치균이 소화를 못 시키고 그대로 배출을 합니다.  그러다가 균이 굶어 죽거나 몸에 해롭지 않은 균으로 변형이 되어버립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충치가 예방이 되는 거죠. 그런데 자일리톨이 충치 예방 효과가 실제로 나타나려면 그 조건이 굉장히 까다롭습니다.  과연 자일리톨 껌이 그 조건들을 만족시키는지 지금부터 알아보겠습니다.

 

<조건 1>

입 안에 음식 찌꺼기가 하나도 없어야 됩니다. 충치균도 머리가 있을 거 아니에요? 자일리톨 말고 다른 먹을 게 많으면 굳이 자일리톨을 안 먹는다고 합니다.  즉 양치를 깨끗이 하고 나서 자일리톨 껌을 씹어야 된다는 얘기죠. 양치 대신에 자일리톨 껌 씹는 거? 효과 없습니다. 그런데 양치 안 하려고 껌을 씹어도 되는지 물어보는 건데,  양치를 깨끗이 하고 나서 씹어야 한다면 굳이 껌을 또 씹을 필요가 있을까요?

 

<조건 2>

껌에 다른 성분이 섞여 있으면 안 됩니다. 자일리톨만 100퍼센트 들어 있어야 돼요. 실제로 자일리톨을 꺼내 보면 포장에 100퍼센트 핀란드산 자일리톨 사용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그럼 된 거 아니냐 생각하실 수 있지만,  옆에 안 보이는 글씨로 작게 쓰여 있는 걸 볼까요?  자일리톨 37%, 이렇게 쓰여 있네요. 이게 뭔가요? 자일리톨이 100%라는 얘기예요? 아니면  37%라는 얘기인가요?  사실은 자일리톨은 37%밖에 안 들어 있어요. 그런데 자일리톨도 중국산이 있고 핀란드산이 있거든요. '37%밖에 자일리톨이 안 들어 있긴 하지만 그거는 전부 다 핀란드산이다' 이런 뜻입니다. 그리고 다른 성분들이 많이 들어있어요.  특히 감미료, 단맛이 나는 것들이죠. 그 외에 효소 처리 스테비아, 이소말트,  소비톨,  말티톨 등이 들어 있습니다. 이러면 충치균이 자일리톨을 안 먹습니다. 먹어도 배가 안 부르니까요. 다른 거 아무것도 없고 자일리톨만 100% 들어있는 껌을 씹어야 충치 예방 효과가 있는데,  아직 그런 껌이 없습니다.

 

<조건 3>

하루에 5~10g 정도를 1년 이상 꾸준히 먹어야 효과가 나기 시작해요. 그리고 평생 먹어야 합니다. 가끔 먹어도 안 되고 중간에 멈춰도 안 됩니다. 그런데 껌 하나에 자일리톨이 1g보다도 훨씬 적게 들어 있어요. 그러면 하루에 최소한 10개 이상의 껌을 단물이 쪽쪽 빠지도록 딱딱 소리 나도록 씹어줘야 겨우 필요한 양을 섭취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진짜 100%짜리 자일리톨 컴이 있다고 해보죠.  이거를 하루에 10개 이상씩 몇 년 동안 계속 꾸준히 씹었어요.  그랬더니 진짜로 충치는 안 생겼단 말이에요. 그런데 껌을 이렇게 맨날 씹으니까 턱관절이 나가버렸네요. 입이 안 벌어져서 밥을 못 먹어요. 그럼 무슨 소용이죠? 

 

이렇게 자일리톨 껌으로 충치를 예방해 보겠다는 거는 현실성이 많이 떨어지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면 자일리톨이 충치 예방해 준다는 얘기는 도대체 어디서 나온 걸까요?  모든 음식에 들어가는 설탕을 전부 자일리톨로  대체하는 실험을 해본 거죠. 그랬더니 실제로 충치가 줄어들었답니다.  그런데 우리가 그렇게 하려면 하루 새끼를 직접 다 요리를 해야 되잖아요. 외식도 안 되고, 배달의 민족, 요기요, 이런 것도 쓰면 안 되겠죠.  실험에서나 가능한 얘기입니다. "법적으로 설탕을 못 쓰게 하고 자일리톨만 쓰도록 하면 어떨까"라고 한번 생각을 해봤어요. 그런데 비쌉니다. 자일리톨이 일반 설탕보다  수십 배 더 비싸요.  그리고 설탕이랑 좀 달라서 요리가 안 되는 게 많다고 합니다. 특히 빵이나 쿠키를 만들 때 열을 가했을 때 반응이 너무 달라서 아예 못 쓴답니다. 단맛 좋아하시는 분들 참 많은데요,  자일리톨이랑 설탕이랑 맛이 어떻게 다른지 한번 먹어봤습니다. 자일리톨하고 설탕은 눈으로 봐도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자일리톨이 좀 더 반짝반짝하고 하얀 느낌입니다. 설탕은 단맛이 나고요,  자일리톨도 단맛이 납니다. 설탕 맛이 조금 더 부드러운 편이고 자일리톨의 단맛은 좀 더 차갑고 뭔가 좀 날카로운 느낌이 들기는 합니다.

 

이런 실험도 있었다고 합니다.  매번 식사하고 양치하고 난 다음에 그리고 자기 전에 자일리톨 100퍼센트 결정을 입에서 녹여서 먹은 거죠. 이걸 오랫동안 꾸준히 했더니 실제로 충치가 줄어들었답니다. 그런데 이것도 최소한 6개월 이상은 꾸준히 해줘야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자일리톨 100% 결정을 구입해서 때마다 입 안에 넣고 녹여주시거나, 아니면 아예 알약 형태로 나온 자일리톨을 구입해서 때마다 하나씩 입 안에서 녹여 먹어야 됩니다. 이거 평생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자일리톨을 충치균도 소화를 못 시키지만 사람도 소화를 못 시킨다고 합니다.  그래서 하루에 10g 이상,  20~30g 정도 먹게 되면 설사를 한답니다. 충치균도 설사하고 먹은 사람도 설사하는 것이죠.  당뇨가 있는 분들을 위해서, 또는 아이들의 설탕 섭취량을 줄이기 위해서 요리하거나 간식을 만들 때 설탕 대신 자일리톨을 쓴다면, 이런 노력들은 충분히 의미가 있는 행동입니다. 하지만 자일리톨로 충치를 예방해 보겠다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제로 실천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여러분,  뭘 먹어서 충치를 예방한다, 아니면 뭘 안 먹어서 충치를 예방한다,  이런 거는 사실 큰 의미가 없습니다. 스트레스만 받게 되죠.  그냥 드시고 싶은 거 편하게 드세요. 대신 양치 잘하시고 치실 꼭 쓰시고, 정기적으로 치과에 가서 스케일링받으시면 됩니다. 별거 아닌 말인 거 같고, "고작 양치질 잘하라는 소리냐?"라고 말씀하실 수 있지만, 그게 정답이라고 합니다.  양치, 치실, 스케일링,  이 세 가지 외에 뭔가 특별한 걸 이야기하면서 '충치 해결', '평생 치아 걱정 끝', 이런 식의 이야기가 있다면 현혹되시면 안 됩니다. 만병을 막으려면 치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도 없습니다. 건강할 때 잘 지키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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