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고 찬란한 20대, 우리 몸의 면역력이 최고로 강할 때입니다. 이때는 하루에 한 번밖에 양치를 안 해도, 술 먹고 들어와서 바로 뻗어서 자도, 치맥을 하면서 드라마를 보다가 그대로 잠이 들어도, 우리의 치아들은 꽤 멀쩡합니다. 왜냐하면 입속에서 콸콸 쏟아져 나오는 침 속에, 그리고 심장에서 뿜어져 나와서 잇몸까지 쫙쫙 퍼지는 핏속에 젊고 신선한 면역물질이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충치나 잇몸병이 좀처럼 생기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생각하기 쉬워요. "하루에 한 번밖에 양치를 안 하는데도 치아가 이렇게 멀쩡한 걸 보면 내 치아는 선천적으로 아주 튼튼한가 봐." 이렇게 주변에 자랑을 합니다. "나는 양치 잘 안 해도 치과에 가 본 적도 없어. 괜히 치과에 가서 치과의사 말 듣고 쓸데없이 돈 쓰지 마.", 이런 분들, 지금은 젊어서 몸이 버티는 거지만, 10년 20년 뒤에 반드시 후회하십니다. 양치 지금보다 꼼꼼하게 하셔야 되고요, 치실 꼭 쓰셔야 되고요, 치석이 있으니까 스케일링도 꼭 받으셔야 한다는 말을 들으면 전혀 귀담아듣지 않습니다.
어느덧 30대 중반, 밤을 세워서 놀다 보면 허리가 아파지는 나이죠. 야근을 마치고 피곤한 몸으로 자리에 누우면 왠지 잇몸이 뻐근하고 욱신한 느낌이 듭니다. 술을 새벽까지 마신 다음 날은 왠지 잇몸이 들떠서 치아가 삐그덕 삐그덕 움직이는 느낌도 듭니다. 양치를 하고 뱉었더니 거품이 핑크색이 나옵니다. 피가 나는 거죠. 이제서야 치과에 갔더니 치석이 많이 쌓여서 잇몸에 염증이 생겼다고 합니다. 스케일링을 하라고 해서 치석을 제거하는데 뭔가 치아를 깎는 듯한 소리가 나면서 엄청 시립니다. 어쨌든 스케일링이 끝나고 위생사 선생님이 치실 사용하는 방법도 알려주셔서 집에 가는 길에 치실도 한 통 사들고 갑니다. "오늘부터 양치를 좀 열심히 해볼까?" 하면서 치실을 써보는데, 치실에 피가 묻어나옵니다. 놀래서 거울로 치아를 자세히 봤더니 뭔가 치아가 전보다 길어진 느낌이 듭니다. 스케일링할 때 이상한 소리 났는데, "잇몸 다 깎아낸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더 자세히 들여다보니까 뭔가 치아 옆구리에 도끼로 찍은 것처럼 움푹 파인 자국들을 발견합니다. 너무 놀래서 손톱으로 만져보니까 딸칵딸칵 걸리고 엄청 시립니다. 겁에 질려 "아까 스케일링할 때 엄청 시렸는데, 진짜 치아를 깎은 거였어."라고 생각하죠. 그리고 또 자세히 보니 치아와 치아 사이에 빈 공간이 생겼어요. 치실 괜히 써가지고 치아 사이가 벌어졌나보다 생각합니다.
스케일링을 하고 나면 붙어 있던 치석이 떨어지기 때문에 일단 치아가 좀 시려집니다. 그리고 치석 때문에 염증이 생겨서 잇몸 뼈가 녹아버렸기 때문에 잇몸도 같이 따라서 내려갑니다. 그래서 치아도 전보다 길어보이고 치아와 치아 사이에 빈 공간도 생기는 거예요. 그리고 치아 옆부분이 패인 건 치경부 마모증과 치경부 파절증입니다. 오랫동안 관리를 소홀히 한 결과를 스케일링 후에 발견하는 것이지 스케일링을 하는 도구로는 치아나 잇몸을 그렇게 깎기는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귀에 전혀 들어오지 않습니다. "내 치아가 하루에 한 번만 양치를 해도 끄떡없는 튼튼한 치아였는데, 피 좀 난다고 치과 한번 잘못 갔다가 잇몸이랑 치아랑 다 깎이고, 치아 벌어지고, 난리났어.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스케일링 잘못 받으면 치아 다 망가진다더니 진짜였어."라고 분노하면서 다시는 치과에 가지 않겠다고 다짐을 합니다. 이렇게 치과에 가지 않은 채로 30대와 40대를 보내고 어느덧 50대가 됩니다. 그동안 잇몸에 피도 더 자주 나고 가끔 붓기도 하고, 씹을 때 조금씩 아파지기 시작했지만 약국에서 주는 약 먹고 버텨봅니다. 왜냐하면 나는 이를 한 번만 닦아도 치과에 갈 일이 없는 튼튼한 이를 가진 사람이었으니까요..
치과에 가봤자 어차피 스케일링하라는 소리만 할 테니까. 오랜 시간 동안 치석은 더 쌓였고 잇몸 뼈는 더 녹아버렸고 잇몸도 따라서 더 내려갔어요. 이때는 뿌리가 반쯤 드러나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도 조금씩 흔들리는가 싶더니 이제는 씹을 때 아픈 지경이 되었습니다.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서 마지못해 치과를 방문했고 사진을 찍어봤더니 잇몸뼈가 거의 뿌리 끝까지 녹아버린 상태입니다. 여기서 더 진행되면 치아를 뽑을 수밖에 없겠죠. 이런 분들 치과에 가시면 다들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젊었을 때 이가 멀쩡했는데, 스케일링을 한 번 잘못 받아서 생니를 다 깎아놨어. 그 이후로 내 치아가 이렇게 다 망가졌어." 그러면 치과 의사들은 지금부터라도 잇몸 치료 한번 받으시고요. 양치하는 방법 새로 배우셔야 되고, 치실 치간칫솔 앞으로는 꼭 쓰셔야 돼요."라고 말합니다. 그러면 그냥 잇몸 약이나 지어달라며 스케일링 절대 안 받을 거고 치실 쓰고 나서 이가 이렇게 다 벌어졌으니 치실 쓰란 말은 하지도 말라며 화를 냅니다.
치아는 그냥 어느 날 문뜩 빠지는 게 아닙니다. 아주 오랫동안 양치질을 소홀히 하고 치실도 사용하지 않고 스케일링도 받지 않아서 치석을 입 속에 그대로 남겨둔 결과가 뒤늦게 한꺼번에 나타나는 것입니다. 어떤 특별한 시술, 특별한 약, 특별한 도구를 사용해서 한 번에 이전 상태로 회복시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미 늦어버린 상태인 거죠. 혹시 요즘에 잇몸에 피가 나는 분 계신가요? 여러분이 20년 30년 뒤에 뒤늦게 후회하면서 다시 돌아가고 싶은 그날이 바로 오늘일지도 모릅니다. 개그맨 박명수가 말했죠.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정말 늦은 거다. 꼼꼼한 양치질, 매일 밤 잠자기 전 치실 사용, 그리고 정기적인 스케일링, 오늘부터 바로 시작하세요. 치아의 상태가 내 몸 건강을 결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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